제주도의 수많은 여행지들 중에 한라산을 제외하고 가장 유명한 곳이 성산일출봉이 아닐까 싶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기도 한 성산일출봉은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정상에 오를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를 가기 전의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고, 1년에 한두 번은 제주도를 다녀오는 지금도 이번 방문에서 일출봉을 올라가 볼까' 하는 고민을 매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시간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올려볼까 한다.

1. 새벽에는 입장료가 무료

성산일출봉 입구. 새벽이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것도 무료로.

공식적인 성산일출봉의 등반 가능 시간은 오전 7시 부터 오후 8시까지 이다. 해당 시간에는 성인 1명 기준 5,000원의 입장료가 부과되지만 이 날은 일출봉 정상에서 만나는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에 숙소를 나왔다. 사실 전날부터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의 사이에서 어디의 일출을 보러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는데 아직 일출봉 정상의 일출을 보지 못한 점과 일출 시간이 만조시간과 겹쳐서 광치기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입구의 계단을 700루멘 렌턴으로 비춰본 모습.

매표 시간은 오전 7시 부터 시작이지만 입구가 막혀 있지는 않다. 이는 곧 무료로 성산일출봉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하루 중 가장 어둠이 짙다는 일출 전 새벽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등반을 할 예정이라면 작은 렌턴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음엔 깜깜한 한밤중에 와봐야겠다.

입구를 지나면 시선의 오르막의 끝에 놓인 성산일출봉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조명 하나 없는 어둠속 이다보니 장노출로 촬영을 해야 했고 두장의 사진을 찍느라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어서 올라가는 도중에 점점 밝아지는 주변 모습에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2. 그리고 바로 정상

여기가 정상이구나..그런데 구름이..ㅜㅜ
성산일출봉은..그렇다고 합니다.

입구부터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사진 없이 설명으로 해야 한다. 먼저 주변에 너무 어둡기 때문에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던 것이 첫 번째 이유, 두 번째는 너무 힘들다. 성산일출봉의 높이는 약 180미터인데 거의 수직이나 마찬가지인 사면에 만들어진 계단을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들고 오르다 보니 체력적인 소모가 너무 커서 사진을 촬영할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일출봉 등반을 할 때는 손수건과 생수는 꼭 챙겨야 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올라와 계시던 성산일출봉 정상

아무리 힘들어도 멈추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착한다. 꼭대기에 도착하니 이곳이 180미터여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몰려 왔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먼저 올라오신 분들이 꽤 많은 것에 잠깐 놀란 후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냈다. 조만간 백팩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하늘에 잠시 좌절한다. 전날 아침 제주도에 도착할 때부터 엄청나게 내리던 비는 밤이 돼서야 그쳤는데 그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서 구름이 다 걷히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이곳을 올라왔단 말이지?
2009년쯤 올라와 보고 처음인것 같다.
성산일출봉 분화구

구름에 가려 일출은 보지 못하게 되어 분화구 쪽으로 이동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이 2009년 정도로 기억하는데 처음 성산일출봉의 분화구를 본다는 기대감이 매우 컸다. 그런데 막상 분화구를 마주했을때의 느낌은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과 많이 달라서 조금은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주한 분화구는 그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모습에 왠지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20대 후반이었던 그때부터 40이 넘은 나이에 다시 찾은 나를 변하지 않고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다려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던 구름
구름 사이 빛내림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

바다 멀리 수평선에는 하늘을 잔뜩 가린 구름 사이로 한참전에 떴을 아침해로부터 쏟아지는 빛 내림이 비추고, 최대한 줌을 당겼음에도 작게 보이는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배 한 척의 모습에 이곳 과의 거리가 그저 멀다는 정도로만 가늠이 되는 모습이다.

 

등반길과 하산길이 서로 다르다
저 멀리 주차장이 작게 보인다.

40분 정도 촬영을 한 후 날이 완전히 밝아져서 서서히 내려갈 준비를 한다. 오늘 부터 본격적으로 돌아다녀야 하는데 하늘을 가린 구름이 걷혀 주길 바라며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광치기 해변

내려오는 길에 보이던 광치기 해변. 언젠가 SNS에 올린 피드에서 광치기 해변이라면 아침 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사진만 찍으면서 머물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을 올린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좋아하는 출사지인데 만조로 물이 들어온 광치기 해변의 모습을 이곳에서 처음 보며 물이 빠진 간조 시간의 광치기 해변을 언젠가는 이곳에서 내려다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을 또 올라야 하는군 ㅋ)

 

섭지코지 그리고 제주 아쿠아 플라넷 그리고 휘닉스 제주 살짝

광치기 해변에서 시선을 왼쪽으로 이동하니 섭지코지와 제주 아쿠아 플라넷이 눈에 들어온다. 보름이엄마와 연애 시절에 처음 와봤던 제주 아쿠아 플라넷. 지난 3월, 올인 크루 자격으로 휘닉스 제주를 방문했을 때 보름이 와 함께 두 번째로 방문을 하려 했지만 시간이 애매했던 관계로 다음으로 미뤘던 것이 지금도 아쉽다. 엄마 아빠가 되기 전 방문했던 장소를 이제는 셋이 되어 방문한 모습을 언젠간 카메라에 담아올 수 있겠지?(코로나야 빨리 좀 끝나라)

 

저기 보이는 오름은 지미봉 인가봉가
왜 올라가는 길에 비해 내려오는 길은 빠른 느낌일까?
오르는 길에도 내려오는 길에도 간간히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어두울때 올라와서 그런지 어색안 주변 풍경
오른쪽으로 가야 함

산에 오르든, 차를 타고 먼 곳을 다녀오든 늘 갈 때의 시간은 길게 느껴지는데 반대로 돌아올 때의 시간은 짧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주변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오르기 시작했던 장소가 나타났다. 이제 우뭇개 해안을 만나러 가야 한다.

 

3. 또 하나의 성산일출봉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곳, 우뭇개 해안.

가운데 작은 잔디밭을 남긴 이유가 있는것일까?
항상 '이번엔 가야지' 하면서 못가는 우도
이제 진짜 나가는 곳, 그리고 우뭇개 해안

하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일출봉 옆으로 작은 해안이 나오는데 10여년 전, 성산일출봉을 처음 방문했을 때 정상보다 오히려 더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우뭇개 해안이다. 

 

구름이 밉기도 고맙기도 했던 날
개인적으로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깍인듯한 일출봉의 측사면의 모습

우뭇개라는 이름은 해안가에서 움푹 들어간 지형의 바다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름처럼 우뭇가사리가 많이 나는 곳이어서 우뭇개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그리 크지 않은 해안은 성산 일출봉의 측사면과 연결되는데 개인적으로 일출봉의 모습 중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하늘의 구름이 서서히 걷히는 느낌?
이곳을 다녀온 며칠 후, 잔디 광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우뭇개 해안을 내려가 볼까 고민했지만 이 날 움직여야 할 거리가 꽤 길었던 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동쪽 하늘을 보니 서서히 구름이 걷히는지 구름보다 파란 하늘이 훨씬 많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앗, 해가 보인다!!

뒤를 돌아본 순간 구름 위로 고개를 내민 태양이 보인다. 머릿속으로 '그래 이 모습이야, 이걸 찍으러 여기 왔어.'라고 외치며 다시 우뭇개 해안이 보이는 곳으로 뛰어갔다.

 

지금이라도 모습을 모여줘서 고마웠던 태양

비록 정상에서는 일출을 보지 못했지만 아직 구름 위로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아침해가 구름에 가려 만들어 주는 절반의 빛 갈라짐은 오히려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서는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장면이다 보니 갑자기 구름에게 고마워지던 순간.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이 아래는 다음 방문때 내려가 보는 걸로
이 장면에선 캐논이 아닌 바디도 화이트홀이 생겼겠지?
오늘 하루도 많은 사람들을 맞이할 돌하르방들

우뭇개 해안을 뒤로하고 돌아 내려오는 길에도 몇 번을 돌아서서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던 성산일출봉의 멋진 모습들.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을 만나서 카메라에 담을 때면 언제나 돌아가서 raw 파일을 보정했을 때 얼마나 멋진 사진이 찍혔을지 상상하는 설렘과 함께 실제로 보정 후 결과물이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 때의 쾌감. 덕분에 왼쪽 어깨에는 만성 통증이 생겼지만 무거운 카메라 가방과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4. 성산일출봉 방문을 마치고

아까는 어두웠는데..
코로나로 인한 관람 중단
주차장도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일까?
조만간 다시 올게요

숙소를 출발부터 정상에 오른 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올라가는 길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만족할만한 사진을 담을 수 있어 후회되지 않은 성산일출봉 방문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성산일출봉의 잔디 광장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산으로 불이 번지지 않고 잔디만 피해를 입은 것을 보고 화재 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부분도 운이 따라준 것 같았다. 올해 한두 번 정도는 더 제주를 방문하게 될 것 같은데 다음번 방문에서 만나게 될 성산일출봉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친다.

ps.

-. 제 돈으로 직접 다녀온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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