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큰 장맛비로 인해 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장마철에 비가 적게 내리고 태풍이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올해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제주도 여행에서 비가 오는 날 방문했던 빛의 벙커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빛의 벙커 (Bunker de Lumières). 예전 국가기관의 통신 시설이었던 벙커를 리뉴얼하여 옛 거장들의 명화들을 빛과 음악을 통해 감상하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라고 불리는 전시 기법을 통해 그간 그림을 바라보기만 했던 경험을 뛰어넘어 다양한 예술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색다른 방법으로 감상하는 길을 열어주며, 벙커라는 장소를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도시 재생의 효과를 도모하는 의의가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1. 넓은 주차장, 셔틀 버스도 이용 가능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에 위치한 빛의 벙커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인지 도로변에서도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 주차장은 꽤 넓은 편으로 많은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는데, 오전 시간임에도 빈 주차공간이 거의 없었던 것은 비 오는 방문하기에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경우 고성리 장만이등산 버스 정류장 혹은 진우 파크빌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각각 15분, 20분의 시간이 소요되며, 주말과 우천 시에는 제2주차장과(어부 피자) 빛의 벙커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운행되니 방문 시 참고하시면 조금 더 수월하게 빛의 벙커에 방문할 수 있을 듯합니다.

 

2. 빛의 벙커 입장

주차장에서 안내판을 따라 가면 고흐의 초상화가 보이는 곳에서 빛의 벙커 입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입구와 주변의 모습은 벙커라는 장소에 걸맞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 분위기가 묘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참고로 코로나 19로 인하여 방문 시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입구에서 체온을 잰 다음 입장이 가능합니다.

 

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티켓 발권이 가능한 카운터가 보이며 관람료는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소인 9,000원입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미리 티켓을 구입하여 카운터에서 예약 확인 후 티켓을 발권받았습니다. 그리고 관람실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으며 재입장이 불가능하니 입장 전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발권받은 티켓을 게이트에 제시한 후 입장을 하게 됩니다. 게이트 주변에는 진행되는 공연에 대한 설명을 미리 볼 수 있는 안내판이 준비되어 있어 한 번씩 읽어보고 입장을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3. 빛의 벙커 안으로

게이트를 지나 화살표가 가리키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정의 밝은 조명을 비롯해 고막을 웅장하게 때리는 사운드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방의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 방어의 목적으로 설계된 이 벙커는 1층 단층 건물로 가로 100미터, 세로 50미터, 높이 5.5미터의 규모라고 합니다. 내부 온도는 항시 16도로 유지되는데 노약자나 아이들에게는 약간 춥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얇은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은 크게 느껴지는 음악의 선율에 맞춰 바뀌어가는 명화들이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몽환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어두운 배경과 밝은 그림들의 대비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한창 셔터를 누르다가 벽에 쓰인 관람 방향 화살표를 보고 아직 봐야 할 공간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동선을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코너를 돌아 벙커 내부로 진입하니 수많은 관람객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잡고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의자가 아니더라도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명화의 향연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시간. 혼자였지만 일행이 있었더라도 굳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았던 느낌이 들었어요.

 

 

빛의 벙커에 방문하기 전, 그림에 문외한인 저는 과연 내가 이 공연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벙커 안으로 들어서니 굳이 작품들을 모르더라도 공연을 감상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쉴 새 없이 바뀌어 가는 명작들과 흐르는 음악을 그냥 느끼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거든요.

 

그 와중에 아는 작품도 나와서 왠지 반가워집니다. 벽을 가득 채워준 별이 빛나는 밤. 천정과 몇몇 기둥을 빼고 모든 곳이 캔버스가 되는 모습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 이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고흐의 전시가 마무리됩니다. 

 

다음 전시회는 폴 고갱의 섬의 부름. 

 

고흐와 또 다른 그림체를 감상하는 시간이 더욱 짧게 느껴지던 10분. 두 전시회를 보면서 7살인 보름이 와 함께 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넓고 어두운 공간에 커다란 사운드는 보름이 가 조금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며 잠시 나를 내려놓기에는 정말 좋은 시간과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 보이던 엔딩 크레디트. 시선은 수십대의 빔프로젝트가 빈틈없이 비추는 명화들에 둘러 쌓이고, 사방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더해져 작품 그 자체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공간, 빛의 벙커. 감상하는 시간 동안 오롯이 그림과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9년 12월 6일부터 시작한 빛의 벙커 전시는 2020년 10월 25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4. 관람 후에 지나치게 되는 기념품숍

입구와 반대편에 위치한 출구를 나오면 기념품숍을 지나치게 됩니다. 일단 한번 나오면 재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퇴장은 신중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기념품숍에서는 전시작품들을 이용한 수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이 비싼 편으로 딱히 소장하고 싶은 물건이 없어서 둘러보기만 했네요.

 

기념품숍을 나오면 벙커 밖으로 퇴장하기 전에 개인 사진을 이용하여 포토카드와 티머니 카드를 만들 수 있는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티머니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포토 카드도 집에서 인화하면 되다 보니 그냥 패스~

 

5. 여전히 많이 내리던 비, 다음번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림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새벽 비행기로 출발하여 아침에 도착한 제주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가장 먼저 오게 된 빛의 벙커. 제주도에 흔한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비를 맞지 않고 조금은 특별한 장소를 생각하다 보니 찾게 된 이곳은 오히려 비가 내려서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오는 길에 볼 수 있었던 커피 박물관 '바움'도 위치해 있어 전시회 관람 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빛의 벙커.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ps.

-. 제 돈 내고 직접 다녀온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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