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일출을 보려면 동해안을 찾게 됩니다. 해는 동쪽으로 떠오르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 바다를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이겠죠. 하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를 가기에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수도권 인근에 거주한다면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서해 바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강화도 옆의 작은 섬, 동검도

동검도는 강화도 옆에 위치한 작은섬이며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동검 선착장입니다. 김포에서 초지대교를 건너 좌회전을 한 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다리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 다리가 동검교이며 강화도와 동검도를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버스정류장이 있는 동검도 삼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길은 어디를 향하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데 동검도 내에는 도로가 그 길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방문자가 많은 주말에는 일방통행만 가능하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 왼쪽 길로 나오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삼거리에서 약 10여분이 걸리는 동검선착장 주변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문이 열린 선창 앞에 서 봅니다. 최근에는 이곳도 꽤 많이 알려져서 텐트를 치거나 차박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선창 끝 너머 바다 멀리 보이는 불빛은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영종대교의 불빛입니다.

 

선창 양 옆은 물이 빠진 시간이면 거대한 갯벌이 드러납니다. 인천에서 습지로 유명한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습지와 어디가 더 넓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면적의 갯벌 끝으로 바다 건너 육지의 불빛이 보이는 모습은 서해안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이 빠진 곳 끝까지 연결된 선창에는 선창으로 인해 막힌 양쪽의 갯벌로 바닷물이 통할 수 있도록 군데 군데 커다란 수로가 뚫려 있고, 물이 들어올 때 까지는 쉬어야 하는 작은 조각배가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간간히 보여줍니다.

 

선창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습지는 더욱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이 빠지고 들어올때 마다 그 모양이 변하게 될 습지는 다음번 물이 들고 빠지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 선창 너머의 하늘의 색상은 동서 방향의 그것이 완전히 대비됩니다. 비록 육지에서 올라오는 아침해 일지라도 일출의 태양으로 인해 동쪽과 서쪽하늘을 하나의 시야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이곳이 서해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선창 끝에 삼각대를 펴고 잠시 기다리니 정박된 고깃배들 너머 육지의 이름모를 산 위로 일출이 시작됩니다.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아침해의 모습. 일단 일출이 시작되면 셔터를 누르기 위해 세팅값을 바꾸려는 눈과 손가락이 바빠지게 됩니다. 일출을 촬영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출과 일몰의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거든요. 설정값을 바꾼다거나 주변을 잠시 돌아보는 순간 태양은 이미 지평선 혹은 수평선 위로 훌쩍 떠올라 있습니다.

 

태양이 고개를 내민 시간이 바로 직전 같은데 어느덧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려는 태양은 수면으로 긴 반영을 그려줍니다. 

 

이제 막 하루 일과를 시작한 태양은 황도를 따라가며 오늘 하루를 밝게 비춰주겠지요. 바닷물도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하여 갯벌 위로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정박해 있는 고깃배들도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될 겁니다. 

 

어디선가 이른 새벽 작업을 마치고 선창을 돌아가는 한 주민분의 뒷모습을 비춰주는 동검도의 아침해를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아보며 새벽 출사를 마무리 짓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동검도는 서해 일출 장소로는 꽤 알려진 장소입니다. 그래서 사진사 분들이 서해안의 일출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날은 운이 좋게도 출사를 나온 사람이 저 혼자 뿐이라 편하게 일출을 담아올 수 있어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또 돌아 나오는 길에 정말 많은 분들이 캠핑과 차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검도를 캠핑이나 차박을 목적으로 방문하신다면 이른 시간에 출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서해에서 일출을 마주한다는 사실에 그런 수고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영종대교 휴게소에서 선물 받는 한장의 수묵채색화

서해는 뭐니뭐니해도 일몰이 아름답죠.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안을 찾는 이유와 같이 서쪽으로 지는 아름다운 선셋을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서해안 어디에서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해에는 수많은 일몰 명소가 있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일몰 명소는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위치한 영종대교 휴게소입니다.

 

일몰도 일몰이지만 영종대교 휴게소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포춘 베어 인데요, 기네스 월드레코드 로부터 세계 최대의 스틸 조각 작품 인증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행운 이라는 뜻을 가진 포춘 Fortune을 이름에 붙인 이유는 인천공항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거대한 포춘베어 뒤편으로 영종대교와 서해가 보이는 전망대가 위치합니다. 집이 인천이다 보니 굳이 해외여행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영종대교를 정말 많이 지나갔는데 정작 영종대교를 이렇게 바라보는 기회는 영종대교 휴게소를 방문하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종대교 휴게소 건물 옥상에도 전망대가 위치해 있는데 포춘 베어가 있는 1층보다 더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기도 합니다.

 

만약 영종대교 휴게소로 선셋을 보러 가신다면, 일몰 시간과 간조 시간이 겹치는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태양이 가까운 곳의 물이 빠진 서해의 갯벌의 색깔이 붉게 물들어 가는데, 물이 빠진 갯벌이 노을빛으로 물드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선셋 시간이 아니더라도 정형화되지 않고 매시간의 우연이 만들어 놓은 갯벌과 바닷물이 만든 무늬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기도 하죠.

 

해는 점점 수평선과 가까워지면서 좌측 대다물도보다 더 멀리 있는 듯한 이름 모를 섬과 가까워집니다. 흐릿한 대기 사이로 실루엣만 보이는 태양 아래 두 개의 섬이 어디인지 궁금해서 찾아봤지만 강화도 같기도 하고 동검도 같기도 하고.. 아직까지 정확히 어디인지 찾지를 못했어요. 혹시나 저곳이 어디인지 아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시고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드디어 이름 모를 섬의 봉우리에 걸친 이날의 태양. 대기에 가려 붉은 노을은 보이지 않았지만 붉은 태양이 산봉우리에 걸려 있는 모습은 이번 챕터의 제목에서 언급했던 한 장의 수묵채색화를 보는 듯한 멋진 모습을 선물해 줍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진 영종대교 위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불빛들. 뭐에 홀렸는지 이날 카메라의 ISO를 오토로 놓고 촬영을 해서 노이즈 가득한 야경만 담겨와 아쉬움이 더 했던 영종대교 휴게소 방문이었지만 서해안의 멋진 일몰을 눈과 카메라, 그리고 마음에 담아올 수 있어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올려본 오늘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ps.

-. 제 돈 내고 직접 다녀온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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