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해외여행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만 해도 한해에 두세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작년 7월에 다녀온 태국 크라비-방콕 여행을 마지막으로 해외여행 계획조차 세우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여행객들의 시선이 국내로 향하게 되어 국내여행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부분은 코로나 19 사태가 불러온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19를 완벽하게 종식시키지 못하면서 국내의 확진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국가 차원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투어 프로그램들은 코로나 19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약 없이 잠정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은 전남 화순 이서면에 위치한 화순적벽 (이서적벽 혹은 노루목 적벽 이라고도 불립니다) 투어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참고로 현재 '설렘화순 적벽 투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해당 투어 역시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랜선으로밖에 만나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본 포스팅은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다녀온 코스를 설명하며, 현재 진행되는 설렘 화순 적벽 투어의 코스와 다를 수 있는 점 참고하세요.
1. 투어 출발은 화순 이용대 체육관(하니움 문화센터) 주차장에서

화순 이용대 체육관 (하니움 문화센터 주차장)
화순 적벽투어 운영사무실과 관람객 대기실

2020년도의 화순적벽 투어 가능 기간은 3월 21일 부터 11월 22일 까지입니다. 매주 수, 토, 일요일, 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10분에 한 번씩, 1일 2회의 투어가 진행됩니다. 1회 투어 인원은 30인 정원의 관광버스 3대로 90명씩, 하루 최대 180명의 인원이 관람할 수 있으며 투어의 총 관람시간은 3시간, 이용요금은 10,000원입니다.

아울러 화순적벽 투어는 100% 온라인 사전신청으로 신청을 받으며 설렘화순 화순군 적벽투어 홈페이지(http://tour.hwasun.go.kr/cmd)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해설 청취용 리시버와 동영상 시청
관광객 카드는 상시 패용해야 해요.

투어를 위해 버스에 오르면 버스마다 담당 해설사와 안내원이 동승하며 개인용 리시버와 관광객 카드를 배부해 줍니다. 관광객 카드는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항상 패용하고 있어야 하며,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해설사분의 간단한 해설을 리시버를 통해 청취할 수 있습니다.

 

2. 적벽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 거북섬

거북섬. 버스 안에서 관람합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상수원 보호구역의 입구를 지나게 되는데 화순적벽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으로써 관리자 분께서 직접 문을 열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문을 통과한 다음에 만나게 되는 산길은 비포장 도로에 경사가 심하고 커브가 많으며 심지어 폭이 워낙 좁아서 숙련된 기사님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차량이 이동하는 길을 따로 포장하지 않고 비포장 상태로 놔둔 이유도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위적인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어느 정도 지나다 보면 버스가 잠시 정차하고 창밖으로 거북이 모양의 섬을 만나보게 됩니다. 거북섬은 차량 안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며 차량의 이동 방향으로 인해 진입 시 보지 못하는 자리에 계신 분들은 투어를 종료하고 나올 때 관람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만약 투어 시작 시에 거북섬을 먼저 보고 싶다면 버스의 우측 자리에 앉으시면 남들보다 먼저 거북섬 관람이 가능합니다.

 

2. 화순적벽 투어의 시작

화순적벽 입구 주차장과 통천문.

짧은 거북섬을 관람을 마친 후 도착한 곳은 본격적인 화순적벽 투어가 시작되는 장소입니다. 좌측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버스 한대만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산길의 끝에 넓은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화순적벽투어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써 흡연, 쓰레기 투척, 음식물 섭취 등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투어지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투어 시작 전 이곳에서 화장실을 미리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화장실 옆으로는 통천문 이라는 이름의 문이 두개의 돌탑 사이에 놓여져 있으며 이곳을 지나면 화순적벽투어가 시작됩니다. 아울러 여름에는 안내원 분들께서 벌레 방지용 스프레이를 나눠주십니다.

 

3. 지금은 진입이 금지된 대나무 숲길

첫번째 코스 대나무숲 가는 길
화순적벽 안내판
이정표. 이곳에서 적벽의 모든곳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제가 다녀왔을 때만 해도 노루목적벽 관람 전 코스로 대나무 숲길을 관람했는데 작년부터 이 코스가 없어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금은 진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 포스팅에서 소개할 수 있는 점은 랜선 여행의 장점인 것 같네요. 

 

대나무숲길 우물터 가는 길.

햇빛이 강한 더운 여름이었지만 대나무가 울창한 숲길은 시원함마저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하늘로 높게 뻗은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태양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아무거나 주워먹지 말랬는데

이동하는 길에서는 바닥에서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버섯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쪽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어떤 버섯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네요 : )

 

김삿갓도 이 우물물로 목을 축였을까요?
대나무가 만들어준 터널. 얼마전 삼시세끼5편의 배경이었던 죽굴도가 떠오릅니다.

대나무 숲길의 끝에는 옛 우물터가 남아있습니다. 동복댐이 지어지기 전 이 대숲에는 마을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아마도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방랑시인 삿갓 김방연은 화순의 절경에 반해 일생동안 세번 방문을 했는데 화순적벽을 보기 위해 힘든 산길을 오르며 메마른 목을 이 우물물로 축이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망미정으로 가는 길
망미정 가는 길

대나무숲길 관람을 마치고 노루목적벽을 보기 위해 망미정 방향으로 향합니다. 풀숲과 대나무 사이 작은 길이 어딘가 모르게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하던 풍경. 주변에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봉분과 오래된 석탑을 만나볼 수 있어 그 정취가 더욱 무르익습니다.

 

4. 화순적벽을 처음 만나보는 곳, 망미정

망미정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누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망미정인데요,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활약했던 화순 출신 의병인 정지순이 지은 망미정은 원래 화순적벽 바로 앞에서 적벽과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 위치가 동복댐 건설로 인한 수몰되는 장소였기에 현재 위치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화순적벽 드디어 만나다

망미정 앞으로는 높이 솟은 나무 한그루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너머로 노루목적벽의 모습이 살짝 드러납니다. 이제 와서 언급하지만, 8살이었던 1986년까지 화순에서 살았던 저는, 30대 중반까지 화순적벽이라는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2014년, 화순적벽을 일반인에게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제가 살던 화순에 적벽이 있는 줄 알게 되었고요. 현재는 화순에 연고가 없지만 3~4년에 한 번씩은 옛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화순을 찾으면서도 그간 인연이 닿지 않아 찾아오지 못하다가 처음 만나는 화순적벽이 눈에 들어왔을 때는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노루목적벽
노루목적벽
노루목적벽 파노라마 (망미정 뷰)

사진에서만 보던 노루목적벽을 처음 마주합니다. 화순적벽의 유래는 조선 중종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에 유배된 신재 최산두가 이곳을 처음 보고 중국 소동파가 그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해 시를 지었던 적벽에 버금가는 경치라 하여 화순적벽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최산두가 보았던 적벽의 모습과 다른 모습인데요, 광주시민의 상수원 확보를 위해 1982년부터 85년까지 섬진강의 지류인 동복천을 가로막는 동복댐 건설로 인해 적벽의 하단부 대부분이 수몰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화순적벽의 윗부분만 볼 수 있는 것이죠.

 

5.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망향정

이젠 망향정으로

망미정 위치에서 관람을 마친 다음에는 망향정이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모습은 올 때의 그것과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두분 우정 오래 오래 간직하시길

망향정을 향하는 길에 앞서 가시던 두 여성분. 얼핏 들리는 대화 내용으로 보아 친구 사이인 듯한 두 분의 뒷모습에 정감이 느껴져 한컷 담아보기도 합니다.

슬픈 사연이 있는 망향정

언덕길에 오르면 커다란 기와지붕의 누각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망향정인데요, 동복댐의 건설로 동복 천변의 15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어 본의 아니게 고향을 잃게 된 수많은 실향민들의 설움을 담아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수몰된 고향을 망향정 위에서나마 바라볼 수 있도록 지은 것이죠. 망향정 옆으로는 수몰된 15개의 마을을 기리는 비석인 망향비와 망배단, 천제단 등이 있으며 지금도 이곳에선 고향을 잃고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신 선산에 가지 못하는 수몰민들이 매년 시제를 모시고 천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누각의 멋진 모습에 비해 담긴 사연은 참 가슴 아픈 곳인 것 같습니다.

 

망향정에서 적벽을 바라보기 직전
망향정에서 바라본 노루목적벽의 모습

망향정 앞에서 보이는 적벽의 모습은 망미정에서 보다 조금 더 높은 시야가 확보됩니다. 수몰된 적벽의 모습과 주변 풍경도 이토록 멋지게 느껴지는데, 과연 수몰되기 전의 적벽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6. 적벽 관람의 마지막

주차장 가는 길

망향정 관람을 마친 후에는 버스를 타러 이동을 합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주차장 방향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주변의 풍경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화순적벽 홍보관
화순적벽 홍보관 입구
화순적벽 홍보관
화순적벽 홍보관
화순적벽 홍보관

주차장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화순적벽 홍보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카메라에 모습만 담고 나왔는데, 에어컨이 켜져 있어 흐르던 땀을 잠시나마 식힐 수 있었어요.

 

천제단
천제단

하늘에 제를 지낸다는 천제단을 지나면,

 

통천문
버스를 타고 출발

통천문을 지나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투어 출발지인 이용대 체육관으로 돌아갑니다.

현재 화순적벽 투어의 순서를 확인해 보면 거북섬을 보았던 제1전망대를 거쳐, 보산 적벽과 노루목적벽을 함께 볼 수 있는 제2전망대가 추가되었습니다. 또 본문에 소개했던 대나무 숲 투어는 현재 없어졌으며 망향정 관람을 하고 화순 이용대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투어가 종료됩니다.

화순적벽 투어를 다녀왔을 때와 지금의 투어 프로그램이 변경된 부분도 있고, 단풍이 물든 적벽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올해 가을 즈음에 

다음 화순 랜선 투어에서는 저의 방문 당시에는 포함되어 있었던 이서 커뮤니티센터 인근의 야사리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를 관람하는 코스와 함께, 이용대 체육관 옆에서 우연히 발견한 대리 석불입상 이야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ps.

-. 제 돈 내고 직접 다녀온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 차이가 있다는 점 말씀드려요.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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