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적 게임기의 소소한 추억 ; 세가 마크 3과 메가 드라이브

세가 마스터 시스템 ; 세가 마크 3

1988년 가을, 초등학교 4학년 이었던 나는 학교 시험을 잘 보았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게임기를 선물 받았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콘솔 게임기는 대우전자에서 출시한 재믹스와 닌텐도 패밀리가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내가 선물 받았던 게임기는 외모에서부터 '이게 과연 게임기가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겼던 '세가 마크 3'였다. 우주선 모양의 재믹스나 앞뒤로 긴 직사각형 모양의 패밀리는 바디의 색깔도 화려했지만 세가 마크 3은 좌우로 긴 모습에 밋밋한 아이보리 컬러의 바디를 가지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별매품인 키보드를 구입하면 8비트 컴퓨터로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었는데 그것이 부모님께서 이 녀석을 사 주신 가장 큰 이유였다. 

학교를 비롯한 내 주변에서 세가 마크3를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었던 관계로 친구들과 게임팩을 바꿔가며 게임을 할 수도 없었지만 게임기를 구매할 때 동봉되었던 '그레이트 베이스 볼'이라는 게임을 혼자 또는 아버지와 하는 시간들은 지금도 나의 어릴 적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메가 드라이브

내가 세가 마크3를 구입했던 1988년도에 일본에서는 같은 세가 사(社)에서 세가 마크3의 후속인 16비트 게임기 '메가 드라이브'를 출시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세가 마크 3을 로컬라이징 하여 국내에 '겜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는데 메가 드라이브 역시 '슈퍼 겜보이'와 '알라딘 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제품이기도 하다. 어릴 적 티브이 광고에서 잠깐식 보이는 알라딘 보이 게임들의 16비트 그래픽은 8비트 게임만 하던 내게는 신세계와 다름없는 화려한 게임들 천지였지만 아쉽게도 세가 마크 3 이후 나의 콘솔 게임은 대학 초년생 시절 구입했던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1이었다. 

 

송도 롯데마트에서 발견한 메가 드라이브 미니

플레이 스테이션1 이후로도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플레이 스테이션 2 등을 구입하여 한동안 콘솔 게임을 즐겨하던 때가 있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서서히 콘솔 게임과 멀어지던 나는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플레이 스테이션 3을 구입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아주 가끔 혼자만의 시간에 플레이를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보름이도 콘솔 게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여 가끔 함께 아동용 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최근에는 친구 집에서 해본 닌텐도 스위치에 빠져서 두어 달 전부터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데 현재 국내 물량이 거의 소진된 상태라 온라인 판매 가격이 정가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인 관계로 사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얼마 전 송도 롯데마트의 토이저러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메가 드라이브 미니를 임시방편으로 구입해 주었다. (소닉 같은 게임은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하기에는 역시 닌텐도 게임이..ㅋㅋ

 

2. 메가 드라이브 미니 언박싱

메가 드라이브 미니 박스컷

최근 예전 콘솔 게임들의 레트로 버전을 출시하는 것이 붐인지 얼마전에는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1과 닌텐도 패밀리도 레트로 버전이 출시되었고 세가 역시 그에 편승하여 메가 드라이브 미니를 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메가 드라이브 미니의 박스 디자인은 1988년 초기 발매판의 디자인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록용으로 찍어본 옆면 1
기록용으로 찍어본 옆면 2

상자 뒷면에는 내장되어 있는 게임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관심이 가던 게임은 '수퍼 판타지 존'. 세가 마크 3으로 플레이했던 판타지 존의 메가 드라이브 버전인데, 어릴 적 세가 마크 3으로 정말 많이 그리고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상자 오픈
구성품 ; 본체, 조이패드 2개, HDMI 케이블, Micor usb 케이블, 사용설명서
비닐에 쌓여 있는 본체
비닐 포장을 벗기면 보호용 비닐이 또 붙어있다.

기본 구성품은 메가 드라이브 미니 본체와 6버튼 조이패드 2개, HDMI 케이블과 Micro usb 케이블 그리고 사용설명서이다. 어릴 적에는 RF 단자로 연결했던 세가 마크 3였는데 이제는 메가 드라이브 미니를 HDMI로 연결한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메가 드라이브 초기 모델은 RCA 컴포짓 영상 및 음성 단자) 너무 작아서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하는 본체는 비닐 포장이 되어 종이 상자에 들어있는데 비닐 포장을 벗기면 카트리지 삽입구 쪽에 보호용 비닐이 또 하나 붙어 있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저런 보호 필름들을 일부러 뜯지 않고 시간이 지나 떨어질 때까지 놔두는 편인데 보름이는 저 비닐을 보자마자 바로 뜯어버렸..ㅜㅜ

 

3. 메가 드라이브 미니 본체 크기

메가 드라이브 미니 VS 갤럭시 노트9
메가 드라이브 미니 VS 갤럭시 노트9

그냥 작고 앙증맞다는 표현으로는 메가 드라이브 미니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것 같아 크기 비교를 해 보았다. 먼저 현재 사용 중인 갤럭시 노트 9와 나란히 비교한 모습. 가로길이는 노트 9의 세로 길이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고 세로의 경우는 훨씬 짧은 높이를 가지고 있다.

 

메가 드라이브 미니 VS 듀얼쇼크3
메가 드라이브 미니 VS 듀얼쇼크3

게임기이다 보니 콘솔 게임기와 관련된 물건으로 비교를 하면 좋겠다 싶어 플레이 스테이션 3의 컨트롤러인 듀얼쇼크 3과도 크기 비교를 해 보았다. 메가 드라이브 미니 위에 듀얼쇼크 3을 올려놓으니 본체가 거의 가려지는 모습에서 메가 드라이브 미니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가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4. 본체 연결 단자

본체 윗면

초기 메가 드라이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본체의 모습이다. 카트리지 삽입구의 경우 트레이가 열리는 것까지 재현해 놓았지만 속은 비어있다. 초기 한정판에는 장식용 카트리지가 제공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지만 정확한 것은 확인이 필요하다.

 

본체 정면
본체 좌측 콘트롤 버튼들. 볼륨 스위치는 구현만 해 놓은 것.

좌측에는 볼륨과 전원 스위치, 리셋 버튼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전원 스위치는 실제로 본체의 전원을 켜고 끌때 사용하고 리셋 버튼은 게임 실행 중 초기 화면으로 이동할 때 사용된다. 볼륨 스위치는 위아래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실제 볼륨이 조절되지는 않는다.

 

조이패드 연결은 usb 단자

우측의 usb 단자는 조이패드를 연결한다. 예전에는 뾰족한 핀으로 된 단자가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 부분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영상 및 음성 출력은 HDMI, 전원 연결은 Micro usb

후면에는 영상과 음성 출력을 위한 HDMI 단자와 전원 연결을 위한 마이크로 usb 단자가 위치한다. 초기 모델에서는 RCA 컴포짓 영상 및 모노 음성 단자였다고 한다. 

 

아시아판 6버튼 조이패드
본체보다 조이패드가 더 큰 모습이 왠지 아이러니하다.

국내 발매된 메가 드라이브 미니는 아시아판으로 6개의 버튼으로 구성된 조이패드가 제공된다. 초기 일본판과 북미판은 3버튼 패드가 제공되었다고 하는데 메가 드라이브에서 6개의 버튼이 필요한 게임은 한 때 오락실을 점령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발매 버전에 수록된 게임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티비와 전원, 조이패드를 연결한 모습

메가 드라이브의 초기 모델은 425㎜×310㎜×95㎜, 2.08㎏ 의 육중한 크기와 무게를 자랑했다. 하지만 154㎜x116㎜x39㎜ 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미니에 HDMI와 전원선, 두개의 패드를 연결한 본체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티비 연결화면
보조 배터리로 구동이 가능하다

전원 연결을 하는 Micro usb 케이블의 경우 별도의 어댑터가 제공되지 않지만 핸드폰 충전에 사용하는 어댑터를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스마트폰용 보조배터리를 본체에 연결해도 구동이 가능했던 것. 보조배터리 사용 시 플레이 가능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은 해보지 못했지만 휴대성 면에서도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 본체 구동 화면

언어 세팅이 가장 먼저 이루어진다.

게임기를 처음 작동시키면 언어 세팅 화면이 먼저 뜬다.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그리고 한글 지원.

 

초기 설정 화면
스크린 설정은 3:4 와 16:9

스크린 설정의 경우 예전 브라운관 TV 시절 부터 SD 화면 출력 시절까지의 비율인 3:4 모드와 이후 HD 출력 시절의 16:9 화면비율을 선택할 수 있다. 설정에 따라 화면의 해상도는 그대로이며 출력 비율과 사이즈만 조절된다는 점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배경화면도 바꿀수 있다.

배경화면 설정은 3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게임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다보니 그냥 '이런 것도 신경 써서 만들었어.'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6. 수록게임

메가 드라이브 미니 아시아판(국내판)에는 총 42개의 게임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보름이와 함께 하지 못하게 되면서(보름이는 이미 닌텐도 스위치와 PS3 퀄리티에 길들여졌..ㅜㅜ) 거의 소장용이 되어 버린 탓에 실제로 게임을 자주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지난주 이사로 인한 시간도 없었거니와 게임을 하기 위해 HDMI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연결하는 것도 귀찮..) 북미판과 일본판, 아시아판에 수록된 게임은 총 64개이며 게임 리스트는 아래 표를 참고하면 된다. (출처 : 나무위키 ; 메가 드라이브 미니)

타이틀

일본

아시아

북미&유럽

비고

건스타 히어로즈

지역 공통

 

골든 액스

지역 공통

 

대마계촌

지역 공통

 

다라이어스

지역 공통

완전 신작[11][12]

랜드스토커

지역 공통

 

로드 래시 2[13]

지역 공통

 

록맨 메가 월드

지역 공통

 

몬스터 월드 4

지역 공통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 월드 오브 일루전[14]

지역 공통

 

뱀파이어 킬러

지역 공통

 

베어 너클 2

지역 공통

 

샤이닝 포스

지역 공통

 

선더포스 3

지역 공통

 

세가 테트리스

지역 공통

완전 신작[15]

소닉 더 헤지혹 2

지역 공통

 

슈퍼 판타지 존

지역 공통

 

스토리 오브 도어: 빛의 계승자

지역 공통

한국어판도 수록[16]

스페이스 해리어 2

지역 공통

 

아리시아 드라군

지역 공통

 

컬럼스

지역 공통

 

코믹스 존

지역 공통

 

콘트라 더 하드 코어

지역 공통

 

판타시 스타 4

지역 공통

 

미키 마우스: 캐슬 오브 일루전[17]

 

 

뿌요뿌요
닥터 로보트닉의 민빈머신

 

아시아, 북미, 유럽판 전용. 닥터 로보트닉의 민빈머신은 뿌요뿌요의 북미, 유럽판. 언어 설정으로 서로 한 가지만 선택 가능.

소닉 더 헤지혹

 

 

스트라이더 히류

 

 

원더보이 인 몬스터월드

 

 

게임 통조림 스페셜[18]

   

랑그릿사 2

   

레슬볼[19]

   

뿌요뿌요 2

   

슈퍼 시노비

 

버추얼 콘솔용과 동일한 리비전.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를 참고하자.

스노우 브라더스

   

슬랩 파이트

   

무자 알레스터

   

중장기병 레이노스

   

탄트알

   

다이너마이트 헤디

 

 

스트리트 파이터 2 대쉬 플러스

 

 

버밀리언

 

 

아시아판 전용

샤이닝 포스 2

 

 

아시아판 전용

아웃런 2019

 

 

아시아판 전용

에일리언 솔저

 

 

아시아판 전용

다이나 브라더스 2

   

일본판 전용

렌타 히어로

   

일본판 전용

로드 모나크 ~ 마지막 전투전설

   

일본판 전용

마도물어

   

일본판 전용

유☆유☆백서 마강통일전

   

일본판 전용

파티 퀴즈 메가Q

   

일본판 전용

하이브리드 프론트

   

일본판 전용

라이트 크루세이더

   

북미, 유럽판 전용

버추어 파이터 2

   

북미, 유럽판 전용

벡터맨

   

북미, 유럽판 전용

소닉 스핀볼

   

북미, 유럽판 전용

수왕기

   

북미, 유럽판 전용

시노비 2

   

북미, 유럽판 전용

알렉스 키드 천공마성

   

북미, 유럽판 전용

어스웜 짐

   

북미, 유럽판 전용

에코 더 돌핀

   

북미, 유럽판 전용

이터널 챔피언스[20]

   

북미, 유럽판 전용

키드 카멜레온

   

북미, 유럽판 전용

토잼 & 얼[21]

   

북미, 유럽판 전용

어린 시절, 세가 마크 3 기준 고급 게임의 기준이었던 메가팩의 경우 1메가 게임의 정발 가격은 25,000원부터 시작이었는데(일반 게임의 경우 8,000원) 메가 드라이브의 경우 이보다 비쌌으면 비쌌지 더 싸진 않았을 것이다. 시대가 흘러 세대가 바뀌면서 예전에는 적게는 몇천 원부터 많게는 몇만 원을 지불해야 가질 수 있었던 게임들이 40개 넘게 내장되어 있다는 부분에서 20세기 말, 1988년의 내가 이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7. 리뷰를 마치며

가장 기대하고 플레이 했던 수퍼 판타지 존

싹쓰리 라는 신인(?) 그룹이 얼마 전 음원 차트를 모조리 장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현재의 음악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노래가 지금 가요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가요계의 주 소비층인 1~20대가 아닌, 예전을 그리워하는 40대 전후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급격하게 변하는 현 사회에서 기억 속 예전을 떠올리고 다시 느끼고 싶은 세대의 향수를 그만큼 발산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없는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핸드폰만 켜면 원하는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로 장식한 수많은 게임들을 바로 다운로드하여 할 수 있지만, 몇 달 동안 용돈을 모아서 게임을 구입하고 그렇게 구입한 게임팩의 라벨이 닳아서 흐릿해질 때까지 수없이 주인공을 죽이고 되살리며 엔딩을 보고, 다른 게임을 하기 위해 게임샵(나 때는 역곡 시장 끝에 있던 삼성전자 신역곡 대리점 ㅜㅜ) 1000원을 주고 다른 게임과 바꿔서 집으로 돌아오며 이 게임은 어떤 게임일지 궁금해하던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되돌려 기억하게 해 주었던 메가 드라이브 미니. 비록 지금의 게임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더 지나면 잊어버릴지도 모를 내 기억 속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s.

-. 제 돈으로 직접 구매하여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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