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여행을 가장 많이 다녀온 나라가 태국이다. 보름이엄마와의 첫 번째 해외여행지가 태국의 파타야와 방콕이었고,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마지막 해외여행도 태국 끄라비-방콕의 13박 15일 여행이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끄라비의 프라낭 비치를 소개했던 관계로 오늘은 아오낭 비치와 함께 끄라비의 대표적인 해변인 라일레이 Railay를 소개해 본다.

 

1. 동 라일레이 해변의 일출 East Railay Bay

첫번째 새벽 산책 때
두번째 새벽산책 때

나는 여행지에서 반드시 두번 이상은 새벽에 일어나 그곳의 일출과 아침이 시작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버릇이 있다. 라일레이 해변은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는데 동 라일레이 해변은 넓은 갯벌로 이루어져 있어 물놀이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로 인해 아오남 마오 피어 Aonam Mao Pier 혹은 아오낭 비치 Ao Nang Beach를 오가는 배들이 주로 오가는 곳이다.

 

라일레이 동쪽 해변의 동쪽 하늘

사진에 보이는 파란색의 긴 선창이 배를 내린 승객들이 육지로 걸어 들어오는 선창이다. 구글 지도에선 플로팅 피어 Floating Pier 로 표시되어 있는데 만조 때는 물에 떠서 사람들이 걸어 들어올 수 있다. 

 

묵직하게 생긴 기둥 하나?

동쪽 방향에 불쑥 솟아 올라 있는 기둥 모양의 산 봉우리. 끄라비에서는 석회암 지형이 발달한 곳인지 라일레이와 프라낭 비치 뿐만 아니라 아오낭에서 끄라비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도 이런 모습의 산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도대체 어떤 풍화 작용을 거치면 이런 신기한 모양의 지형이 형성되는 것인지 늘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했다.

 

동라일레이 서쪽 방향

플로팅 피어 반대편으로는 커다란 산과 클리프가 프라낭 비치와 동 라일레이를 구분 지어 준다. 해변을 따라 라야바디 리조트를 지나 프라낭 비치로 가는 입구로 갈 수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퀴를 가진 트랙터

동 라일레이의 물이 빠진 시간에는 커다란 바퀴를 가진 트랙터가 해변을 계속 오가는데 플로팅 피어가 아닌 곳에서 내린  사람들을 트랙터에 연결한 수레에 태워서 해변까지 이동을 시켜준다. 또 우리가 투숙했던 샌드씨 리조트에 보트 픽업 요청을 하면 아오남 마오 피어에서 동 라일레이 해변까지 전용 보트로 픽 드롭을 해주는데 우리도 라일레이에 들어올 때 트랙터가 끌어주는 수레를 타고 해변까지 이동을 하기도 했다. (2019년 샌드 씨 리조트 전용 픽 드롭 비용은 850밧) 이 시간에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리조트로 출근하는 직원이 아닐까 싶다.

 

플로팅 피어의 끝에 정박한 롱테일 보트들
저곳 부터는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것일까?

이른 아침이지만 분주히 바다를 오가는 보트들. 해변에서 멀지 않은 바다로 롱테일 보트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해변이 끝나는 지점 이후 부터 수심이 깊어지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던 모습.

 

갯벌에 뿌리내린 나무들

동 라일레이 해변의 갯벌에는 꽤 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공기중 뿌리 호흡을 하는 맹그로브 나무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나무 주변의 갯벌에 고개를 내민 녀석들의 정체는 뭘까
뿌리? 아니면 자라는 어린 나무들?

나무 주변에는 갯벌 위로 촘촘히 올라와 있는 것들이 보이는데 이것이 맹그로브의 뿌리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나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담기 위해 갯벌로 걸어 나갔다가 슬리퍼와 함께 발이 그대로 갯벌에 빠져 버려서 빠져나오는데 엄청 고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섬찟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파묻힌 발을 빼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들고 있던 카메라는 아마도..

 

라일레이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
구름에 가려진 아침해

멋진 일출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끄라비에 도착한 날 부터 라일레이로 이동한 후 이틀반을 더 내린 비 덕분에 맑은 하늘의 아침해를 담아오지는 못했다. 끄라비 총 8박 중 5일 이상 비가 내린 것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비가 아침에 이렇게라도 비가 잠깐 그쳐줘서 동 라일레이의 여명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2. 동 라일레이의 낮시간 모습

동 라일레이 해변 나가는 길
이길로 쭉 들어가면 샌드씨 리조트가 나온다.

샌드씨 리조트의 동쪽 출입구로 나오면 이 길로 나오게 된다. 사진 좌측은 라일레이 베이 리조트이고 우측은 선라이즈 트로피칼 리조트의 선라이즈 레스토랑이다. 라일레이 베이 리조트에는 ATM기와 병원이 있어 급할 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라낭 비치 방향
많이 비쌌던 약국
여기 보단 반대편 선착장 쪽의 프린세스 마트가 더 저렴하다

해변에서 프라낭 비치로 가는 방향에는 약국과 미니마트가 있는데 둘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샌드 씨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 오른쪽 종아리에 배드 버그한테 물린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발견하고 워킹 스트리트의 병원을 찾았었는데 마침 의사가 부재중이라 이 약국에서 연고와 보름이엄마의 컨택트렌즈액을 구입했는데 거의 600밧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방콕으로 이동해서 구입했던 연고가 구입했던 가격의 2~30% 가격이었던 것을 보고 경악을 하기도 했다.

 

선착장 쪽에는 많은 보트 택시들이 정박해 있다.

반대편 선착장에는 롱테일 보트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아오낭 비치와 아오남 마오를 오간다고 호객을 한다. 또 동 라일레이 해변에서 워킹 스트리트를 가려면 선착장 위치에서 왼쪽 길을 따라가면 된다. 참고로 사진에 찍힌 외국인 여성 두 분은 커다란 플라스틱 백에 해변의 쓰레기들을 주워 담고 있었는데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모두 각자의 여행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던 사람들이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동 라일레이 해변
파란 하늘과 구름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날

비록 물놀이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라일레이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거쳐가야 할 동 라일레이 해변을 언제 다시 밟아 볼 수 있을까? (코로나 미워)

 

3. 물놀이는 서 라일레이에서

체크인 후 처음 나왔을 때
마그넷에서 많이 보던 풍경
서 라일레이 오른쪽 클리프

서 라일레이 해변은 동쪽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큰 편이다. 동쪽 해변과 마찬가지로 양쪽 해변 끝에는 클리프로 둘러 쌓인 만(灣, Gulf)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우리가 투숙했던 샌드씨 리조트의 조식당과 체크인 카운터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맨발로 공 차면 마이 아파

오후가 되면 가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축구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잠시 후 폭우가 쏟아질 예정
다양한 액티비티도 체험할 수 있는듯

해변이 모래사장이고 수심도 깊지 않아서 물놀이와 해수욕은 프라낭 비치와 서쪽 해변에서 즐겨야 한다. 리조트와 워킹스트리트에 있는 다이버 샵 등을 통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누나 나랑 놀자
넌 이름이 모니?
누나 나랑 놀자니깐!
누나 나랑 놀자 2

샌드 씨 리조트에는 총 세 개의 수영장이 있는데 그중 메인 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조식당과 체크인 카운터 바로 앞에 위치한다. 또 수영장 옆에는 바다 방향으로 썬베드가 있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꽤나 부지런해야 할 것 같았다. 해변에 물놀이를 처음 나왔을 때 룸으로 돌아가던 미국인 부부가 보름이엄마의 시카고 불스 조던 져지를 보고 자기도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출신이라며 우리에게 썬베드를 양보해 줘서 운 좋게 해변 바로 앞의 썬베드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마사장님 고마워요)

 

모래 위의 작은 구슬들의 정체는?
이정도면 예술작품
해변 가득한 모래구슬들
모래구슬을 만든 장본인

서 라일레이의 모래사장에는 작은 모래 구슬들이 넓게 퍼져 있는데 처음 보았을 때 그 기이한 무늬가 신기했었다. 알고보니 아주 작은 게들이 집을 짓기 위해 모래를 파고 들어갈 때 퍼낸 모래들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난 다음부터 모래사장을 걸을 때 혹시나 게를 밟거나 집을 망가뜨릴까 봐 조심하기도 했다.(하지만 그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롱테일 보트 택시
출항(?)하는 롱테일 보트

샌드씨 리조트 전용 롱테일 보트를 신청하기 위해 아오낭의 숙소였던 센타라 그랜드의 프런트 직원에게 문의를 했는데 '아오낭에서 보트 타면 150밧 밖에 안 해. 그거 타고 가'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문제는 우리의 짐이었는데 28인치 캐리어 2개, 20인치 캐리어 1개, 보름이의 유모차, 백팩과 카메라 가방 등 그 많은 짐을 들고 서 라일레이에 내려서 모래사장을 걸어 샌드 씨로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원 입장에서는 아오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의 아오남 마오까지 이동해야 하고 또 850밧이라는 비용을 내야 하는 시간적, 비용적 측면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준 것이었는데 서 라일레이에 정박하고 있는 롱테일 보트들을 보고 전용 보트로 들어온 선택을 백번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용 보트는 동 라일레이 해변에서 짐 운반과 프런트 데스크까지 짐 운반과 이동을 모두 처리해 준다)

 

5. 산토리니, 피지, 코타키나발루가 세계 3대 선셋이라고? 우리 가족에겐 서라일레이가 인생 선셋이었어

첫번째 만난 라일레이의 선셋

끄라비에 오기 전, 먼저 이곳을 다녀온 많은 지인들에게 들었던 몇몇 조언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조식당 음식은 기대하지 마라. 그래도 매일 조식당에 가게 될 거다. 그곳의 뷰가 모든 것을 용서해 준다.'였고 두 번째는 '서 라일레이의 선셋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고 와라'였다. 애석하게도 총 8박의 끄라비 일정 중 앞 5박 동안 비가 내렸고 우리에게 허락된 선셋은 단 3일. 하지만 그 이틀 동안 우리 가족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멋진 선셋을 만나게 되었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 질 수록 아름다움은 짙어진다.
노을 그리고 실루엣

해질 무렵이면 선셋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찾는데 보통 이런 사진을 찍을 땐 프레임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싫어질 때가 많지만 서 라일레이의 짙은 노을로 인해 비치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오히려 더 멋진 사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루의 마무리
노을 아래서 엄마랑 도란 도란
시그니쳐 포즈

멋진 노을을 배경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울 가족의 이쁜 모습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비가 그친 마지막 3일 중 하루는 프라낭 비치에서, 이틀은 서 라일레이의 선셋을 보았는데 체크아웃 전 날 저녁, 라일레이에서 만난 마지막 선셋은 가히 인생 최고의 선셋이라고 표현할 만큼 아름다운 선셋을 만날 수 있었다. 

 

라일레이 마지막 날
모두가 같은 마음
모두가 같은 마음2
마지막 해넘이

라일레이에서의 마지막 날, 일몰 시간에 맞춰 나와본 서 라일레이의 선셋은 이틀 전의 그것과 또 다른 선셋을 선물해 줬다. 비구름이 완전히 물러갔는지 훨씬 맑고 푸른 하늘과 떨어지는 태양이 만들어 주는 노을빛의 대비는 그간 보아 왔던 그 어떤 석양 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는데, 그 선셋을 마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라일레이의 마지막 선셋 아래
배럴 광고 아님
선셋보다 모래놀이
그래도 사진은 남겨야지
꼭 잡은 손
해는 졌지만 여운은 짙게 남는다.

어제 만나고 온 프라낭의 선셋도 아름다웠지만 이 날에는 비하지 못할 정도였던 마지막 날의 기억. 세계 3대 선셋으로 피지와 산토리니, 코타키나발루가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이 날 만큼은 우리 가족이 세계 최고의 선셋을 마주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이다.

 

고생만 시켜서 미안해

이토록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비를 내렸었던 것 같았던 라일레이 마지막 날 만났던 석양. 다음날이면 이곳을 떠나 방콕으로 간다는 아쉬움보다 라일레이의 석양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던 시간들. 누군가 나에게 세계 최고의 선셋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이지 않고 끄라비 그리고 서 라일레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ps.

-. 제 돈 내고 직접 다녀온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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