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티스토리에 올리는 두 번째 해외여행 이야기, 태국 끄라비의 프라낭 비치 이야기를 올려 본다. 끄라비의 대표적인 해변은 아오낭과 라일레이로 나뉘는데 번화한 아오낭과 달리 라일레이는 조금 폐쇄적인 위치적 특성으로 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며, 환경 역시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하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천혜의 환경을 만나볼 수 있어 만약 끄라비 여행을 가게 된다면 라일레이 비치는 데이 트립이라도 꼭 한번 다녀오길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프라낭 비치는 라일레이 비치와 맞닿아 있는 해변으로써 동라일레이 해변을 따라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 가족은 라일레이의 샌드 씨 리조트 Sand Sea Resort에서 투숙을 했는데, 이 리조트의 경우 동, 서 라일레이 비치를 가로지르고 있어 리조트 동쪽 출입구를 통해 프라낭 비치로 쉽게 이동이 가능했다.

프라낭 비치로 가기 위해 동라일레이로 가는 길. 마침 방의 위치가 리조트 동쪽 출입구와 가까워서 프라낭 비치뿐만 아니라 워킹 스트리트를 갈 때도 동라일레이 해변을 이용했다.

 

동라일레이 해변으로 나오면 좌측으로 트로피칼 썬라이즈 리조트의 조식당인 썬라이즈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정면의 바다에는 커다란 맹그로브 나무 몇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또 물이 들어온 시간에는 아오남 마오 피어를 오가는 많은 롱테일 보트들이 정박해 있기도 하다.

 

프라낭 비치 가는길은 해변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좌측으로는 롱테일 보트 택시들이 정박하는 플로팅 피어가 있고 라일레이 워킹 스트리트로 이동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약국과 작은 슈퍼를 만날 수 있는데 약국의 경우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해변 끝에는 숲길로 통하는 입구가 위치하며 도착하기 전에 비싸기로 유명한 라야바디 리조트의 입구를 지난다. 

 

라야바디 리조트 입구 앞에는 투숙객을 실어 나르는 스피드 보트가 정박한다. 샌드 씨 리조트를 들어올 때 탔던 850밧짜리 롱테일 보트와 차이가 너무 크지만 라야바디 리조트의 숙박 가격을 생각하면 저 정도 보트는 태워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해변 끝의 숲길로 들어서면 정면에 슈퍼와 화장실이 위치하며 좌측으로는 암벽체험장이 있다. 혹시나 따로 생수를 챙기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구입한 후 프라낭 비치로 들어가는 것이 좋으며, 화장실도 여기서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다. 화장실 이용 금액 10밧은 동전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곳부터는 드론을 날릴 수 없으며 원숭이 들에게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안내문. 각각 1000밧과 500밧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프라낭 비치로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석회암 사이를 지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석회암 동굴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지형을 이렇게 밖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울창한 나무가 햇빛을 가려줘서 시원한 숲길을 지나던 중, 보름이가 갑자기 무언가를 가리키며 멈춰 섰다.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원숭이 한 마리. 자기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보름이가 신기한 듯 쳐다보는 이 원숭이는 샌드 씨 리조트의 방 앞의 나무에도 자주 놀러 오던 원숭이와 같은 종으로 순하게 생긴 얼굴이 아주 귀여웠던 녀석이다.

 

석회암과 물, 그리고 시간이 만들었을, 금방이라도 흘러 내릴 듯한 석회암 터널을 걷고 있으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 마치 산 전체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듯한 이 지형은 눈으로 보면서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이다. 

 

드디어 도착한 프라낭 비치. 눈 앞의 높은 절벽 앞에는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절벽 앞으로 펼쳐진 해변의 모습은 라일레이 해변과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프라낭 비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정확한 이름은 프라낭 케이브 비치이며 실제로 큰 동굴이 해변의 절벽에 있는데,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이 동굴은 현지인 어부들을 돌봐주는 프라낭 공주를 모신 사당이며, 실제로 공주에게 바쳤던 선물인 꽃과 남근목 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동 라일레이 해변은 물놀이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라일레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 라일레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편인데 프라낭 해변은 서 라일레이에 비해 파도가 낮고 물도 더 맑은 편이어서 아이가 놀기엔 오히려 이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낭 바다를 배경으로 담은 엄마와 딸의 다정한 모습. 뒤의 커다란 바위섬은 꼬 랑녹 Ko Rang Nok, 즉 '랑녹'이라는 이름의 섬으로 꼬 Ko는 태국어로 '섬'을 뜻한다. 코 따오 Ko Tao,  코 사무이 Ko Samui, 코 창 Ko Chang 등의 익숙한 태국의 휴양지 섬의 이름에는 모두 Ko가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때는 물놀이를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고 워킹 스트리트를 갔다가 프라낭도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온 것이어서 보름이의 물놀이 장비들이 없었다. 하지만 바다가 눈앞에 있는데 놀고 싶어 하는 보름이를 데리고 그냥 돌아갈 수 없어 물에 들어가서 놀게 했는데,

 

문제는 프라낭의 모래가 너무 고운 밀가루 모래라는 것. 필리핀 보홀의 보홀 비치 클럽이 있는 두말루안 비치의 모래만큼 고왔던 프라낭의 모래가 입고 간 원피스 섬유 사이로 들어가 아무리 물에 헹구고 빨아도 없앨 수가 없었다. 이 여행을 오기 직전에 구입한 원피스를 한 번만 입고 못 입게 된 것이 조금은 속상했던 보름이엄마, 그래도 보름이가 즐겁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으로 함께 만족하기로 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물놀이를 하기 위해 제대로 준비하고 온 보름이. 이제야 제대로 물속에서 놀 수 있다는 생각인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그저 멋지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던 프라낭 비치를 즐기는 모녀의 모습. 정말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서 이런 풍경을 눈에 담으며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보름이엄마와 보름이가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보름이에게 이곳의 경험과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던 시간들.

 

해변에서 놀다 보면 가끔 원숭이 떼들이 출몰하기도 한다. 마치 일본원숭이와 비슷한 생김새의 이녀석들은 프라낭으로 오는 길에 마주쳤던 원숭이들과는 또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는데 여행객들의 짐을 익숙한 행동으로 뒤지곤 하는데 사람들에게 쫓겨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야생의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우리가 침범한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었다.

 

늦은 오후가 되면 어느 순간 해변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그림자의 반대편으로는 태양이 수평선과 가까워 지며 노을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선셋을 촬영하기 위해 해가 지는 서쪽 해변으로 발길을 옮겨 보기로 했다. 

 

해가 진다는 것은 곧 밤이 된다는 뜻이고 어두워진다는 것은 데이 트립을 온 사람들이 이곳을 곧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해변에는 아오낭 비치를 향하는 롱테일 보트 택시 여러 대가 정박해 있다. 또 동굴 속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라야바디 리조트의 그로토 레스토랑의 조명도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다음에 라일레이를 방문한다면 꼭 라야바디에 투숙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던 순간이다. (아.. 돈 많이 벌어야겠네)

 

해변을 따라 걸어갈수록 점점 저물어 가는 태양이 만드는 노을은 프라낭 비치를 더욱 황금빛으로 물들이던 시간. 프라낭에 오기 전, 바닷가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이 되어서 그냥 방에 두고 올까도 고민했지만 카메라를 두고 오면 분명 후회할 거라는 보름이 엄마의 말을 들은 것을 백번, 천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역시 여자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ㄷ..)

 

프라낭 비치의 끝에는 우리가 있었던 곳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선셋을 즐기며 각자의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클리프 너머는 서라일레이로 연결되는데 걸어서는 이동이 불가능한 곳이다.

 

지는 해를 등지고 어두워지는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 그리고 어느덧 돌아갈 시간.

 

해변 저편에서 아빠가 프라낭의 선셋을 담고 있던 시간에 물놀이를 하다가 멈춰서 노을을 한없이 바라봤다던 보름이. 이 아이에게 이 순간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나와 보름이엄마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훗날 우리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을 함께 꺼내 이야기할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이야기해 보며 프라낭 비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이 곳을 찾을 수 있기를..)

ps.

-. 제 돈 내고 직접 다녀온 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 본문 내용 중 오류나 틀린 정보가 있을 경우 알려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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